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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리뷰/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

뀨밧드 2017. 4. 21. 05:48


마지막 결말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한 군대생활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기분이 껄끄러웠지만

괜히 나의 군생활을 떠올리며, 

왠지 군대 다시 다녀온 기분도 들었달까?


영화를 보고 당장 든 생각은 이렇다.


내 이등병때 병장 선임은 씨발새끼였는데, 내 후임이 기억하는 내 모습도 씨발새끼일거다. 그리고 그 후임도 그 다음 후임에게 씨발새끼로 기억될거다.




아래부터는 군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갔다.



예비군도 끝난 나지만 아직도 군대 다시가는 꿈을 꾼다.

환갑이 다되가는 울 아부지도 작년에 꿨다신다.



군대 다녀온 남자란 씹다 뱉은 껌이 된다. 

젊음이란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 초등학생도 유치원을 떠올리며 그땐 젊었지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군대 다녀와서 복학생이 된 예비군은 더이상 젊지 않다. 칼복학을 해도 2년 어린 집단속에 던져진 2년 늙은 화석이다. 오히려 고작 2년인데 라고 되뇌며 사회복귀를 시작했지만 10년은 있다 나온 기분이다. 나는 잘 적응했는데라고 회상하더라도 좀더 생각해서 그 당시의 기분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외면하고 있진않은가.


수용소보다 못한 2년간의 복무를 강제적으로 마치고, 어디가서 진심으로 시시콜콜 하나하나 힘들었던 점 좆같았던 점을 말하지도 못한다. 기껏 들을만한 군대썰이나 분위기 봐서 풀어내는 정도다. 정말로 가슴 속 힘들었던 점을 쏟아낸적 있는가?


2년간의 군생활은 그 이전의 생활과도 달랐고, 직업군인이 아닌이상 앞으로의 생활과도 다른 생활이다. 내 인생에 두번다시 오게 하고 싶지도, 오지도 않을 생활. (전시 상황에서의 국가 방어지만, 글쎄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왜 그래야 했는지 모를 2년간의 공백일 뿐. 아니 공백으로 치부하고 싶은 심각한 트라우마다.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너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울 아부지도 그랬고, 울 할아버지도 그랬고... 다 아프고 힘들었으니 당연한거다.

그럼 당연하게 한번더 할 수 있을까.

휴전 64년. 높으신 기득권들의 이익을 위한 휴전이 된 것이 아닌지, 왜 종전할 수는 없고 왜 통일이 되지 않는건지. 왜 64년간 군생활이 의무가 됐는지. 흐릿해진 내려온 명분으로 나의 2년을 바치기엔 내 마음이 너무 억울하다.

이런 마음을 위로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잊으려고 잊어버린걸까.


연봉 1억 이상이면 간다는 소리가 농담처럼 나오긴한다.

몇년전엔 10억이었는데, 확실히 사는게 힘들어지긴 했나보다. 그래 군대에서 겪는 고통의 최소 수준이 연봉 1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남는게 없다. 정신적 외상만 안고 나올 뿐이다. 20대에 상대적 젊음을 잃고, 시간도 잃고, 돈도 없으며(안 갔다는 상황과 비교해서), 명예도 없다. 

황당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중 하나가 전쟁중인 나라에서 군대 다녀온게 벼슬이냐는 소리다. 군대 안가는 사람과 차별이라는 소리다. 그렇게 말하지 말고 안 가는 사람이 가면 될 것을... 진짜든 음모든 전쟁중인 나라에서 무관이 천시를 받게 되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나 역시 다 잊고 있었다. 군가도 잊었고, 그 때의 받은 아픔도 내가 누군가에게 주었던 아픔도, 없던 것처럼 다 잊고 살고 있었다.


쫄보라서 그런지 기껏해야 인터넷 한 귀퉁이 개인블로그에 불평정도만 적어두고 있다. 누군가 나서서 바꿔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상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반드시 미래에 피해를 받을 사람들을

 나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슬프고 부끄러운 지금의 나를 보게 해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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